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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나이프>는 스토리보다 강렬한 영상미와 감정의 결을 먼저 보여주는 일본 청춘영화입니다. 처음에는 화보집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장면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다와 오토바이, 두 사람의 서툰 감정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물에빠진나이프 영화포스터



화보집 같은 '영상미', 하지만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물에 빠진 나이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야기보다 화면이었습니다. 코마츠 나나가 연기한 나츠메와 스다 마사키의 코우, 그리고 일본 시골 마을의 여름 풍경이 너무 강렬해서 첫 관람에서는 솔직히 스토리가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화보집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화면이 단순히 배우를 예쁘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장치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움이 먼저 보이지만, 다시 보면 그 아름다움 뒤에 숨은 감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따뜻한 색감과 차가운 색감을 대비시키면서 나츠메와 코우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화면의 온도만으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설렘을 느낄 수 있습니다. OST가 흐르는 가운데 나츠메가 바다에 잠기는 장면은 이 영화의 영상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장면을 다시 보면 그 안에 불안과 두려움까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여름날의 풍경 속에 청춘의 불안과 위태로움이 함께 녹아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에 빠진 나이프>를 단순한화보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화면 자체가 이 영화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서툴러서 더 아팠던 '첫사랑'

나츠메와 코우를 보고 있으면 첫사랑이 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존심을 세우고, 질투하고, 일부러 멀어지면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려 합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어쩐지 지는 것처럼 느껴지던 나이였으니까요.

 

저 역시 비슷한 나이를 지나왔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서도 먼저 다가가는 것이 자존심 상했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하루 종일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인데 당시에는 세상의 모든 감정이 그 사람에게 걸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의 기분이 그 사람의 표정 하나에 따라 달라질 정도로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츠메와 코우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서로를 좋아하는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국 좋아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첫사랑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서툴렀기 때문에 더 아팠고,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랑입니다.

 

 

상처를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랑의 온도

<물에 빠진 나이프>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부분은 축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이후 나츠메에게 남은 상처입니다. 영화는 이 사건을 비교적 갑작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나츠메가 코우와 거리를 두고, 오토모에게 마음을 기대는 과정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모든 감정을 대사로 설명하기보다 배우의 표정과 음악, 화면의 분위기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오토바이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첫사랑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저는 오히려 지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시절에는 상대를 세상의 전부처럼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관계를 경험하면서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서툴렀던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역시 사랑의 한 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첫사랑의 추억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때의 나는 서툴렀지만 틀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물에 빠진 나이프, 원작 만화 안 읽어도 영화 이해할 수 있나요?

A.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작 만화는 인물 관계와 사건 맥락을 충분히 쌓아올리는 반면, 영화는 서사 압축이 심한 편입니다. 스토리보다 감각과 분위기로 감상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면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 회차에서야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Q. 코마츠 나나 스다 마사키 연기 어떤가요?

A. 두 배우 모두 영상미에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특히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코마츠 나나의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다 마사키는 대사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코우이치로 캐릭터와 잘 맞았습니다. 두 배우가 이 영화의 영상미와 어우러지는 건 분명한 강점입니다.

 

Q. 물에 빠진 나이프 OST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뭔가요?

A. 'Chasing Kou'가 가장 많이 언급됩니다. 나츠메가 바다에 잠기는 장면에 흐르는 곡인데, 영화 전체에서 감정이 가장 크게 올라오는 순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 OST 때문에 영화의 단점이 상당 부분 용서된다는 의견도 많고, 저도 그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Q. 이 영화 오글거린다는 말이 많던데 실제로 그런가요?

A. 솔직히 일부 대사나 전개에서 항마력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자정의 치킨 같은 존재" 같은 표현은 처음엔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장된 감성이 청춘 영화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분위기에 녹아드는 면이 있습니다. 오글거림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면 영상미와 음악이 그 이상을 돌려줍니다.

 

 

결론

<물에 빠진 나이프>는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서사 압축으로 인한 비약, 설명이 부족한 인과관계, 갑작스러운 전개. 이 부분들은 분명히 아쉬운 지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고, 두 번째에는 첫 번째와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건 스토리가 아니라 감각입니다. 서툴러서 더 아팠던 시절,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그 나이의 온도.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이 꽤 길게 이어질 겁니다. 한 번 봐서 잘 모르겠다면, 한 번 더 보는 걸 권합니다. 경험상 두 번째 회차가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