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실제 남극 기지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입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음식과 사람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별 사건도 없는 영화가 왜 이렇게 재밌을까
영화 <남극의 쉐프>는 2009년 개봉한 일본 영화로, 실제 남극 기지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 니시무라는 애초에 남극에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선배가 교통사고로 파견을 갈 수 없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남극 기지의 요리사 자리를 넘겨받게 됩니다. 그렇게 영하 50도가 넘는 곳에서 1년을 보내게 되는데,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밥을 만들고 먹고, 자고, 가끔 대원들끼리 티격태격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희한하리 만치 재미있습니다. 오히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일상물 분위기가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과 만나면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영화를 봤을 때 가장 좋았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요즘 콘텐츠는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집니다. 폭력도 없고, 거대한 반전도 없습니다. 오늘도 밥을 먹고 하루를 보냈다는 것. 사실 그게 전부인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식이 단순한 먹방이 아닌 이유
영화에서 니시무라는 여덟 명의 대원들을 위해 매일 음식을 만듭니다. 사시미부터 전갱이 손질, 새우튀김, 라면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남극이라는 장소를 알고 보면 이 음식들이 단순한 요리 장면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극 기지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수돗물조차 마음껏 사용할 수 없습니다. 눈을 퍼서 녹여 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평범하게 먹는 한 끼의 식사가 이곳에서는 상당한 노력의 결과인 셈입니다.
특히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라면입니다. 대원들이 밤마다 몰래 라면을 하나씩 끓여 먹다가 결국 재고가 바닥나버립니다. 이를 알게 된 대장이 충격을 받아 고개를 떨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남극까지 가서 라면 재고를 걱정하다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말 인간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서 현지 맛난 음식을 매일 먹어도 결국 숙소에 돌아와서 생각나는 건 우리나라 컵라면이 정답이니까요.
결국 니시무라는 기성 라면 없이 면부터 육수까지 직접 만들어 수제 라면을 완성합니다. 대원들이 둘러앉아 라면을 먹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 한 그릇이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의 맛은 음식 자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먹었는지까지 모두 합쳐져 하나의 맛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영화 속 음식은 단순한 먹방이 아닙니다. 남극에 고립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붙잡고, 가족을 떠올리고, 서로를 연결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입니다.
데리야끼 버거 한 입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입니다. 1년간의 남극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니시무라가 가족과 함께 유원지에서 평범한 데리야끼 버거를 먹으며 "맛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영화 내내 니시무라가 그 말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극에서 킹크랩도 먹고 스테이크도 만들었으며, 미드윈터 페스티벌에서는 근사한 코스 요리까지 차립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평범한 데리야끼 버거를 먹으며 처음으로 맛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가장 비싼 음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범한 장소에서 먹는 한 끼가 오히려 훨씬 소중할 수 있습니다.
잠시 돈 없던 학창 시절 배고픔을 함께했던 동기들과 먹었던 국적 불명의 고기 한 점, 그리고 군 훈련 중 먹었던 맛스타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더 좋은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때 그 시절 추억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음식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식사, 일상. 남극에서 1년을 보낸 니시무사에게는 그것들이 가장 그리운 것이었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우리 세대에게 진정한 작은 소중함을 일깨워 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극의 쉐프는 실화인가요?
A. 맞습니다. 실제 일본 남극 관측대 조리사로 근무한 니시무라 준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발표한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 요리인이 원작입니다. 영화적 과장이 거의 없는 편이라,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Q. 2시간짜리인데 지루하지 않나요?
A. 희한하리 만큼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큰 사건이 없는 대신 음식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데, 보는 내내 식욕이 올라올 정도로 화면이 먹음직스럽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쳐있을 때 보면 이상하게 편안한 영화입니다.
Q. 마지막 장면이 왜 그렇게 뭉클하다고 하나요?
A. 영화 내내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던 니시무라가, 귀국 후 가족과 함께 먹는 평범한 데리야끼키 버거에서 처음으로 그 말을 꺼냅니다. 1년 치의 그리움이 그 한 마디에 다 담겨있는 장면입니다. 가장 조용한데 가장 강한 장면이었습니다.
결론
내용은 정말 별것 없습니다. 남극에서 요리하고 밥 먹고 가끔 투닥거리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지금 내 주변의 것들이 새삼 고마워집니다. 가족이든, 라면 한 봉지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잊습니다. 영화는 그걸 조용히, 데리야끼 버거 한 입으로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고마츠나나
- 일본영화
- 시간판타지
- 일본영화추천
- 청춘로맨스
- 하이틴로맨스
- 미키타카히로
- 사카구치켄타로
- 허광한
- 힐링영화
- 청춘영화
- 감동 영화 추천
- 청춘 로맨스
- 첫사랑
- 시한부 로맨스
- 스다마사키
- 일본감성영화
- 코마츠나나
- 키요하라카야
- 1초앞1초뒤
- 왕대륙
- 로맨스영화
- 영화리뷰
- 중국청춘영화
- 대만영화
- 번아웃
- 짝사랑
- 일본멜로영화
- 첫사랑영화
- 영화추천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
| 2 | 3 | 4 | 5 | 6 | 7 | 8 |
| 9 | 10 | 11 | 12 | 13 | 14 | 15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 30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