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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을 앞둔 여성 듀오 '하루레오'와 로드 매니저 시마가 마지막 전국 투어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일본 음악영화입니다. 음악으로 이어진 우정과 사랑, 질투와 동경이 여행길에서 조금씩 드러나며 세 사람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세탁공장에서 시작된 버스킹, 그리고 엇갈린 동경
하루와 레오가 처음 만난 곳은 의외로 음악과는 거리가 먼 세탁공장이었습니다. 상사에게 혼나 풀이 죽어 있던 레오에게 하루가 불쑥 “음악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무모한 제안이지만, 바로 그 한마디가 훗날 ‘하루레오’라는 듀오를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하루는 레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두 사람은 작은 버스킹 무대에서 음악을 시작합니다. 버스킹(busking)은 정식 공연장이 아닌 거리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두 사람에게 버스킹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레오는 빠르게 실력을 키웠고, 하루레오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둘이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음악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 등장한 사람이 시마입니다. 과거 밴드 경험이 있던 시마는 하루의 음악적 재능에 매료되어 스스로 로드 매니저를 맡겠다고 나섭니다. 그렇게 하루와 레오, 시마는 함께 전국을 돌며 마지막 투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성공을 향한 출발이라기보다, 이미 끝을 알고 떠나는 여행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세 사람이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평범한 투어보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공연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세 사람은 음악뿐 아니라 서로에게 숨겨왔던 감정과 관계의 균열까지 마주하게 됩니다.
삼각관계가 보여준 것, 동경이 열등감으로 바뀌는 순간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부분은 단순한 삼각관계보다 동경이 어느 순간 열등감으로 바뀌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가 TV 인터뷰입니다. 진행자는 계속해서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는 하루에게만 질문하고, 레오는 점점 대화에서 밀려납니다. 자신도 하루레오의 멤버인데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하루에게만 쏠리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이끌어준 하루를 동경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동경은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인정받지 못할까’라는 열등감으로 바뀝니다. 레오가 하루를 미워해서라기보다, 하루의 옆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 것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시마를 둘러싼 감정까지 얽히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시마는 하루를 좋아하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레오는 그런 시마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하루 역시 시마에게 마음이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누구도 완전히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는 계속 어긋납니다.
영화에서 나온 “저지르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라는 말도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 역시 소극적인 편이라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거나, 행동하지 못하고 지나간 일이 꽤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하지 못한 채 후회하는 것은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오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고마츠 나나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비주얼이 강한 배우라는 인상이 컸지만, 이 작품에서는 레오가 무너지는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표현합니다. 얼굴의 상처를 감춘 채 무대에 오르는 장면에서는 말보다 표정 하나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버스킹과 로드무비가 만나는 지점, 그리고 하코다테
<굿바이, 입술>은 음악영화이면서 동시에 세 사람이 여러 도시를 이동하는 로드무비(road movie)이기도 합니다. 로드무비는 인물의 이동과 여행 자체가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 되는 장르입니다. 미에에서 시작해 오사카, 니가타, 야마가타, 아오모리를 지나 홋카이도 하코다테까지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세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변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세 사람의 감정이 더 복잡해진다는 점입니다. 이 여행은 처음부터 듀오의 해산을 전제로 시작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공연과 이동은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 함께했던 시간을 정리하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영화는 모든 갈등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식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확인하거나 문제를 모두 정리한 것도 아닌데, 세 사람은 결국 다시 함께하기로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결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 사이의 문제는 어느 순간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인정한 뒤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음악 역시 세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담백한 연주와 두 사람의 코러스는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오래 남습니다. 대화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계속 엇갈리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하루와 레오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말로는 멀어졌지만 음악으로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관계가 인상적으로 표현된 셈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이 여행의 목적지가 하코다테였다는 사실보다, 세 사람이 그곳까지 함께 이동했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관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고마츠 나나 연기력은 어떤가요?
A. 비주얼 배우라는 인식이 강한 편인데, 이 영화는 그 편견을 꽤 흔들어 놓습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보다 억누르는 장면에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얼굴의 상처를 화장으로 가리고 무대에 오르는 씬은 대사 없이도 레오의 상태를 충분히 전달합니다.
Q. 영화 주제가 연애인가요, 음악인가요, 청춘인가요?
A. 솔직히 저도 보는 내내 이게 어느 장르인지 분간이 잘 안 됐습니다. 로드 무비 안에 음악, 삼각관계, 질투와 성장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하나로 단정짓기보다 청춘이 지닌 복잡함 자체를 장르로 삼은 영화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Q. 하루레오 실제 음악도 들을 수 있나요?
A. 네, 영화 속 음악은 카도와키 무기와 코마츠 나나가 직접 연주·보컬을 담당했습니다.
결론
질투와 동경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어 합니다. 레오가 하루를 밀어낸 건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이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을 극복하고 나면 더 단단한 관계로 이어지지만,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관계는 그냥 끝나버리고 맙니다.
언제나 함께일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방향을 보게 된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가 꽤 공명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지르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라는 한 마디도 오래 씹어볼 만합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을 더 많이 선택해 왔는지 돌아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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