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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일본영화 <불량공주 모모코>는 로리타 패션을 사랑하는 소녀와 폭주족 소녀의 엉뚱한 우정을 통해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독특한 패션과 유쾌한 분위기에 끌렸지만, 다시 볼수록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는 모모코의 태도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불량공주모모코 영화장면

 

자기중심적 가치관, 남이 뭐라 해도 나는 나

<불량공주 모모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의외로 모모코였습니다. 모모코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시골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생활이 어려워져도 자신이 좋아하는 로리타 패션과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짝퉁 베르사체 사업으로 곤란해져 할머니 집으로 도망치게 된 뒤, 모모코가 남은 제품을 직접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입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산다는 것이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현실과 부딪히는 태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모모코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이나 행복의 기준이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개인주의는 고립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달라도 불안해하지 않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가? 모모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리타 패션, 모모코에게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봤을 때만 해도 로리타 패션은 그저 모모코의 독특한 취향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면 의상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모모코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중요한 언어처럼 느껴집니다. 레이스와 리본, 프릴로 장식된 옷을 입는 것은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모모코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베이비 더 스타 샤인 브라이트’의 옷에 구멍이 생겼을 때 직접 자수를 놓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망가졌으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버립니다. 이 장면이 모모코의 삶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자신을 바꾸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손질하는 사람이니까요.

 

여기에 모모코가 동경하는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미학과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미장센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영화 속 로리타 의상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모모코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모모코에게 로리타 패션은 ‘특이하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세상에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로리타를 선택하는 모습은 패션을 넘어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성장,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하는 방법

모모코와 이치코는 처음부터 너무 다른 사람입니다. 모모코는 혼자만의 세계가 분명하고 타인의 시선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면 이치코는 폭주족으로 살아가지만, 사실 그 안에는 오랫동안 외로움과 소속감을 찾아 헤매던 모습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나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모모코가 이치코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도 않고, 이치코 역시 모모코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조금씩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모모코가 "사람은 행복이 눈앞에 있을 때 갑자기 겁쟁이가 된다"는 말을 듣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행복을 붙잡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더 안정적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길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모모코는 로리타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이치코 역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합니다. 중요한 것은 둘이 똑같아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채로 함께 성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성장은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하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리타 패션이 영화 이해에 꼭 필요한 배경지식인가요?

A. 전혀 몰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로리타 패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 충분히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다만 로리타 패션의 문화적 맥락을 조금 알고 나서 다시 보면 모모코가 왜 그 옷에 그토록 진심인지 훨씬 깊이 이해됩니다.

 

Q.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다른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A.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광고 연출 출신답게 강렬한 색감과 과장된 연출을 즐겨 씁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파코와 마법의 그림책> 등이 비슷한 키치(Kitsch)한 분위기를 공유합니다. 키치란 대중적이고 과장된 미학을 역설적으로 예술적 표현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감독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불량공주 모모코가 마음에 들었다면 위 작품들도 분명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Q. 영화 원제가 왜 '시모츠마 이야기'인가요?

A. 시모츠마는 실제 일본에 존재하는 지명입니다. 한자로 풀면 '아래 하(下)'와 '안 처(妻)'가 합쳐진 지명인데, 이를 '하여자 이야기'로 해석하면 묘한 의미가 생깁니다. 겉으로는 평균 이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상여자인 두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원제가 한국판 제목보다 훨씬 풍부한 맥락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지금 하고 싶은 일과 먹고사는 일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기분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모모코와 이치코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제목 때문에 망설이고 계셨다면, 그 망설임을 오늘 끝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