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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끝나면 정말 깔끔하게 털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됐습니다. 영화 <그런데 치기라군이 너무 달콤해>는 고백 실패 후 상처받은 여고생이 짝사랑 놀이를 통해 진짜 감정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보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자꾸 쿵쿵거렸습니다. 억지로 마음을 끊으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다음 감정을 맞이하는 것이 때로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걸, 이 영화는 달콤하게 보여줍니다.

짝사랑, 여러분은 깔끔하게 끝낼 수 있나요?
여기서 솔직하게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당신은 얼마나 빨리 털고 일어났습니까? 저는 꽤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억지로 마음을 끊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키사라기 마야도 딱 그런 상황입니다. 반년간 원예부 야마다를 짝사랑하다 용기 내 고백했지만, 야마다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반응하고 도망쳐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야마다가 SNS에 고백 상황을 올리면서 전교생이 다 알게 되는 이른바 SNS 공개 처형을 당하고 맙니다. 여기서 SNS 공개 처형이란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나 실수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요즘 시대에 특히 더 두려운 상황이죠.
그 충격 속에서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 육상부 에이스 치기라입니다. 치기라는 학교 최고 인기남으로 추종자가 넘치는 인물인데, 마야에게 억지로 새 짝사랑 대상을 찾으려 하지 말라며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바로 자신을 짝사랑 대상으로 삼는 짝사랑 놀이입니다. 실연의 아픔을 덮어쓰기 위한 일종의 감정 리셋 장치였던 셈인데, 이게 당연하게도 순수한 놀이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이틴 로맨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치기라가 짝사랑이 뭔지 전혀 모른다는 설정입니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누군가를 짝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 그런 그가 짝사랑 초보로서 경력자인 마야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어딘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이틴 로맨스는 성인 로맨스에 비해 갈등이 단순하고 감정 표현이 직접적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그래서 오히려 보는 사람의 방어막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기라가 마야의 무릎을 베고 눕거나, 가파른 절 계단에서 손을 잡거나, 그녀의 볼에 손길을 남기는 장면들은 짝사랑 미션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지지만 보는 사람은 그게 미션인지 진심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 헷갈림이 바로 하이틴 로맨스가 만들어내는 설렘의 구조입니다. 실사화, 즉 만화나 소설 원작을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로 옮기는 작업에서 이 감정선을 살리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과제인데, 이 작품은 그 부분에서 상당히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라는 관계가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이 영화는 조용히 건드립니다. 짝사랑 놀이를 함께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 모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게 꽤 현실적인 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감정의 불꽃이 튀기게 마련이니까요. 저는 지금까지 경험했고 이부분은 많은 분이 공감하고 경험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쉬움
일본 영화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흥행 수입 10억 엔을 넘으면 흥행 성공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치기라군이 너무 달콤해>는 12억 엔이 넘는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완성도가 높거나 관객의 심리를 잘 파고 들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원작은 동명의 만화입니다. 저는 원작 만화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실사화 성공 여부는 결국 원작의 감정선을 얼마나 충실하게 옮겼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반응을 보면, 원작 만화의 설렘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가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이 만화에서 찾고 나온 것 같다는 반응도 많았고, 원작의 심쿵하는 장면과 달콤한 대사들이 잘 구현되었다는 긍정적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된 데는 여주인공 마야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빠르게 사귀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헤어지는 것이 어렵고, 제가 원인이 된 이별로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야가 좋아하는 감정을 알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짝사랑 놀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 감정을 가두는 장면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분명히 남았습니다. 우선 치기라가 육상부 에이스 설정임에도 육상 선수 특유의 체격이나 훈련된 몸의 느낌이 시각적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 한 가지, 못생긴 설정으로 묘사되는 여주인공이 객관적으로 너무 예뻐서 그 설정이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물론 만화 원작의 실사화에서 이런 괴리는 흔한 일이지만, 보는 동안 집중을 약간 방해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볼 만한 이유는 결국 감정의 진정성에 있습니다. 짝사랑을 하면서 주변의 시기와 SNS 악플, 상대방이 사고를 당하는 위기까지 겪으며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단해지는 성장 서사, 즉 캐릭터가 시련을 통해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이야기 구조가 단순한 달달함에 그치지 않고 여운을 남깁니다. 첫사랑 고백에 실패하면 다시는 고백 안 하겠다고 다짐하던 그 시절의 감성, 한 번쯤은 다들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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