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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2005년 일본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평범함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남의 삶을 부러워하던 우리가 정작 놓치고 있던 일상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스즈메보다 쿠자쿠에 가까운 모습을 발견하며, 평범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거북이는의외로빨리헤엄친다 영화포스터



평범한 삶이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의 주인공 스즈메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23세 주부입니다. 남편은 해외에 나가 있고, 스즈메가 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거북이에게 밥을 주는 정도입니다.

 

친구 쿠자쿠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여자 프로레슬링부를 만들 만큼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스즈메의 삶은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즈메는 우연히 길에서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하고 조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파이에게 주어진 특별한 임무가 바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이 설정이 그저 엉뚱한 영화적 농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꽤 묘한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임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스즈메는 그동안 자신의 평범함을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파이 조직에서는 오히려 그 평범함이 재능이 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살짝 방향을 틉니다. 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즈메의 거북이 밥 주기와 무료한 일상이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다르게 보입니다. 어쩌면 평범함이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내는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함의 특별함

스즈메가 스파이 조직에 들어간 뒤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놀랍게도 스파이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총을 쏘거나 누군가를 미행하는 대신 평범하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행동도 ‘평범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순간 갑자기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이 장면들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을 갑자기 의식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경험과 비슷합니다. 스즈메 역시 평범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평범함을 연기하려 하자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평범함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꽤 고도의 기술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아이러니는 라면집 아저씨를 통해 더욱 선명해집니다. 그는 무려 14년 동안 잠복 중인 스파이인데,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어중간한 라면을 만듭니다. 잘할 수 있지만 일부러 잘하지 않는 삶입니다. 이 장면이 웃기면서도 묘하게 씁쓸했던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능력을 숨기거나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회사에서 일을 더 받지 않기 위해 특기를 감춘 적이 최근까지도 종종 있었어서 반성도 하게 되고 피식 웃게도 되었습니다. 

 

결국 영화는 ‘평범함’을 아무 특징이 없는 상태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튀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택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스즈메의 평범한 일상이 점점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일상의 의미, 쿠자쿠가 부러워한 것은 스즈메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관계는 스즈메와 친구 쿠자쿠의 대비입니다. 스즈메는 쿠자쿠처럼 활기차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반대로 쿠자쿠는 스즈메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인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저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쿠자쿠가 힘겹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을 잘 보여줍니다. 겉으로 보면 쿠자쿠는 스즈메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경험했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을 해본 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느낍니다. 반면 스즈메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거북이 밥 주기와 평범한 일상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가 단순히 ‘평범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삶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남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더 화려한 직업, 더 많은 경험, 더 특별한 삶을 바라보면서 정작 내가 가진 안정과 익숙함은 너무 쉽게 지나쳐버립니다.

 

그래서 스즈메의 평범함은 영화가 끝날수록 오히려 가장 특별한 능력처럼 느껴집니다. 특별해지고 싶었던 사람이 결국 평범함의 가치를 발견하는 이야기. 제목처럼 거북이는 느려 보이지만, 의외로 빨리 헤엄칩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겉으로 보이는 속도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우에노 주리 영화인가요, 아오이 유우 영화인가요?

A. 저도 처음에 이게 헷갈렸습니다. 주인공 스즈메 역은 우에노 주리가, 친구 쿠자쿠 역은 아오이 유우가 맡았습니다. 두 배우 모두 당시 신선한 에너지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어느 쪽 팬이든 충분히 볼 이유가 됩니다. 두 인물의 캐릭터 대비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Q. 영화 제목의 뜻이 뭔가요?

A. 느릿느릿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북이도 물속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헤엄칩니다. 겉에서 보이는 것과 실제 가진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스즈메의 삶도 알고 보면 충분히 빛나고 있다는 것을 은유하는 제목으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제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결론

거북이 밥 주기가 스파이 임무가 되는 순간, 스즈메의 표정이 달라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단한 CG도, 감동적인 OST도 없는 그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특별해야 살아남는다는 현실의 압박 속에서 다름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있고, 어느 순간부터 지쳐갑니다. 영화가 말하는 것은 지금 이 일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그 일상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스즈메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졌다면, 그게 이 영화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